창작

동물의 숲 - 다람쥐와 거북이에게 생긴 일

바이오닉크로니클 2025. 6. 14. 03:52

 

오늘도 동물의 숲은 평화로워요. 귀여운 다람쥐는 나무 그늘 아래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어요. 그때 머리 위로 살짝 물이 떨어지는 것이었어요. 불길한 느낌에 눈을 뜨니 못생긴 거북이가 머리 위에서 침을 흘리고 있는 것이었죠!

귀여운 다람쥐는 잔뜩 화가 나서 못생긴 거북이에 따졌어요

"얼굴이 못생겼으면 말이야! 행실이라도 착해야지! 어디서 다람쥐 머리 위에 침을 흘리고 있니!"

그러나 못생긴 거북이는 아무 반응이 없었어요. 이상하게 생각한 귀여운 다람쥐가 거북이를 자세히 살펴보니, 눈은 감고 있고, 입은 뭔갈 찾는 듯 혓바닥을 내밀고 있고, 발도 어딘가 걸어가려다 멈춘 것처럼 부자연스럽게 들려 있었어요.

실은 동물의 숲에는 가끔 강의 물이 마를 때가 있어서, 그럴 때면 강의 생물들은 물을 찾아 다른 강으로 이동하곤 했어요. 거북이 역시 그 중 하나로 여름이 되어 뜨거운 태양빛에 물이 마르자, 옆의 강으로 건너가려던 참이었죠.

하지만 거북이의 느린 발보다 태양이 거북이의 수분을 뺏어가는 속도가 빨라 거북이는 그만 다람쥐 머리 위에서 동작을 멈추고,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던 것이에요.

"에그머니나, 이거 큰일이군. 더러운 침 덕분에 거북이를 발견하게 되었어!"

귀여운 다람쥐는 성질이 급한 편이었지만, 사실 마음씨는 아주 착했어요. 곤경에 처한 거북이를 발견하자마자 친구들과 함께 도와줄 생각부터 했답니다.

그때 마침, 하늘 위에서 까치 한 마리가 날아가고 있었어요.

"어이~ 까치 아가씨~ 여기좀 봐요~"
그러나 콧대 높은 까치 아가씨는 자신의 미모를 보고 반한 흔한 남자들의 구애라 생각하곤 "흥~"하며 눈길도 주지 않고 사라져 버렸어요.

"저거 봐.. 얼굴만 예쁘면 곤란하다니까~"

그때 너구리 한 마리가 나무를 째르르 내려와 달려가는 것이었어요.

"너구리 아저씨~ 여기 좀 도와줘~"
"에헴 난 좀 바빠서"

너구리 아저씨는 딱히 바쁜 일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뭔가 귀찮은 일을 떠맡고 싶지 않아 냉큼 도망가는 것이었어요.

"저거 또 술 마시러 가는 거 아냐??"

그때 물을 마시러 가는 씩씩한 삽살개가 보였어요.

"저기~~ 여기좀 도와줄래~~?"
삽살개는 몹시 목이 말랐지만, 평소 친하게 지냈던 다람쥐의 목소리였기 때문에 뒤를 돌아봤어요.
"무슨 일이니 귀여운 다람쥐야. 난 지금 급하단다~"
"거북이 한마리가 쓰러져 있어. 지금 도와주지 않으면 죽을지도 몰라~"

"거북이? 거북이랑은 상성이 맞지 않는데.."

탐탁치 않은 표정이었지만 삽살개는 거북이의 상태를 보기 위해 달려왔어요.

"일단 물이 필요한 거지?"

"응 맞아!"

"그거라면 맡겨둬~!"

삽살개는 고개를 들어 컹컹 짖으며 친구들을 불렀어요.

"바우와우! 바우와우! 삽살개 친구들 여기 모여라!"
그러자 어디 숨어있었는지 삽살개들이 하나둘 풀숲에서 머리를 내밀며 나왔어요.

"하나둘 셋.. 넷.. 다섯!"
"총 다섯 마리인가? 아니, 나까지 포함하면 여섯이군!"
"이정도면 충분하겠지!"
"모두들 근처의 연못에 가서 물을 떠오자!"

"바우와우!"
모두 힘차게 대답하곤 물가를 향해 뛰어가기 시작했어요.

삽살개들은 손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입에 물을 담아왔어요.

근처의 연못을 찾는덴 성공했고, 문제는 날이 너무 덥다는 것이었어요.
마라톤 10km를 뛰는데 물이 한 병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뒷사람에 양보할 수도 있지만, 결국 누군가의 손에 낚아채여 독식당하기 마련이에요.

삽살개들은 열심히 뛰어왔지만 도중에 물을 전부 마셔버려 남은 물이 없었어요!

"이런이런.. 이 어리석은 친구들 같으니라구! 내가 직접 가야겠어!"

씩씩한 삽살개는 연못을 향해 뛰기 시작했어요.
입 안 가득 물을 떠와 자신은 다른 삽살개와는 다르다며 되뇌었죠.
'내가 누구야? 그냥 삽살개가 아니지. 난 씩씩한 삽살개라구!'

그러나 문제는 씩씩한 삽살개의 유일한 단점이 길치란 것이었어요.
올 때는 쉬웠던 길인데 다시 찾아가려 하니 도무지 왔던 길이 어딘지 기억나지 않았어요.

'이거 큰일이군. 소리를 쳐서 친구들을 불러야겠어!'
삽살개가 고함을 쳐서 친구들을 부르려는 순간, 불현듯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어요.
'아뿔싸! 입을 열면 물이 전부 쏟아져 버리잖아!'

길을 찾을 수도, 친구들을 부를 수도 없던 삽살개는 어찌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해 버렸어요.

그때 거대한 코뿔소가 나타났어요.

'아니아니, 저 삽살개는 화장실이라도 가고 싶은가? 왜 저리 쩔쩔매는 거야'
평소 산책길을 방해받는 걸 싫어하던 코뿔소는 씩씩한 삽살개를 쫓아내려 뿔을 내밀고 달려들기 시작했어요.

거대한 코뿔소를 마주한 삽살개는 무척 씩씩했지만 난처한 상황이 되었죠.
어쨌든 도망갈 수밖엔 없어서 냅다 뛰기 시작했어요.

어느덧 날은 어두워져 밤이 되었어요.
삽살개가 지쳐 그만 포기하려 할 때 다람쥐가 구슬피 우는 소리가 들렸어요.

"못생긴 거북이야 일어나.. 죽지마.. 내가 못생겼다고 한 말 취소할게.. 진짜 못생기긴 했지만 내가 잘못했어.."

"이봐 다람쥐야! 내가 돌아왔어!"
"근데 뒤에 덩치는 누구야?"
"내가 산책을 방해했나봐! 아침부터 계속 쫓아오고 있어!"
"코뿔소야 나랑 산책 같이 갈래?"
다람쥐는 코뿔소의 취향을 눈치채고 인사를 건넸어요.
"너 정말 멋지다. 뿔도 크고, 나랑 산책하면 선물 하나 줄게!"
평소 험악한 성격에 누군가에 칭찬이라곤 들어본 적이 없는 코뿔소는 웃음이 배어나오며 발을 멈추고 말았어요.

"그.. 그럴까? 대신 내가 좋아하는 늪가득 산책로를 걸어야 해"
"물론이지! 늪가득 산책로에, 깊은웅덩이 산책로도 같이 걸을까?"

코뿔소는 너무 신나하며 발길을 돌렸어요.
"지금부터 산책 시작이다~~ 옆에 보지 말고 산책에 집중해야 해~!"
코뿔소는 너무 신난 나머지 다람쥐가 곁에 없단 사실조차 눈치채지 못하고 산책하는데 여념이 없었어요.

그리고 씩씩한 삽살개가 받아온 물을 못생긴 거북이의 입에 붓고 나서 얼마 후, 못생긴 거북이는 눈을 뻐끔뻐끔 뜨기 시작했어요.
"음.. 여긴 어디지? 난 바닷속을 헤엄치고 있었는데"
못생긴 거북이는 주마등을 보고 있었던 것이었죠!
"휴..."

다람쥐의 안내를 받고, 삽살개의 부축을 받으며 거북이는 가까운 연못으로 향했어요.
동료 거북이들의 환대를 받으며 무사히 연못에 도착한 거북이는, 나중에 용궁구경 하고 싶을 때 부르라며 인사를 건넸죠.

어느덧 달이 뜨고, 어두운 밤이 되었어요.
다람쥐와 삽살개는 오늘의 용감한 여정을 떠올리며 도란도란 이야길 나눴습니다.
그리고 스스르 잠에 빠졌어요.

거북이는 사실 용왕의 사신이라 다람쥐와 삽살개에 줄 진귀한 선물을 많이 가져왔어요.
셋은 친구가 되어 오래도록 행복하게 지냈답니다~

'창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코끼리와 참새는 어떻게 친구가 될 수 있었을까?  (3) 2025.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