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C(Request for Comments)는 원래 연구자나 엔지니어들이 “컴퓨터끼리 통신하는 방법”을 함께 논의하고, 그 결과를 자유롭게 수정·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진 문서였다. 그런데 인터넷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전 세계가 합의해서 쓸 수 있는 표준이 필요해졌고, 이 표준을 정하는 과정을 주도하게 된 조직이 바로 IETF(Internet Engineering Task Force)다. IETF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모임으로, 특정 기업이나 단체가 아니라 각 분야의 전문가와 일반인이 모여 인터넷 기술을 발전시킨다.
RFC 문서는 보통 새로운 기술이나 프로토콜에 대한 초안이 작성되면, 이를 전 세계 엔지니어들이 검토하고 피드백을 주는 과정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한 번 확정된 RFC는 Internet Draft, Proposed Standard, Draft Standard 같은 단계를 거쳐 정식 인터넷 표준으로 자리 잡게 된다. 이 때문에 인터넷 프로토콜이나 구조를 깊이 이해하려면 RFC 문서를 살펴보는 게 사실상 기본이다.
RFC가 처음 나온 건 1969년이고, 지금까지 수천 개가 넘는 문서가 누적되어 있다. 이 방대한 기록 덕분에 인터넷이 어떻게 시작되고 발전해 왔는지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게다가 IETF 웹사이트나 RFC 에디터 사이트 등에서 무료로 열람할 수 있어, 네트워크를 공부하거나 운영할 때 꼭 참고해야 할 자료이기도 하다.
한편, 매년 만우절(4월 1일)이 되면 RFC 시리즈에 농담 형식의 문서가 올라오는 전통도 있다. 예를 들어 RFC 1149는 비둘기로 IP 패킷을 전달하자는 기발한(?) 내용을 담았고, RFC 3514는 IP 헤더에 ‘evil bit(악의 플래그)’를 넣어 악성 트래픽을 표시하자는 웃픈 아이디어를 제안한다. 물론 이런 만우절 RFC는 실제로 쓰기엔 무리가 있지만, 엔지니어들의 창의력과 유머, 그리고 커뮤니티 정신을 잘 보여주는 예시다.
결국 인터넷 표준은 대체로 이런 RFC를 통해 정해지고, 그 근간에는 IETF라는 국제적인 협업 공동체가 있다. 앞으로도 인터넷이 발전해 나가면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제안되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을 조율한 뒤 표준 문서로 자리 잡는 일은 계속될 것이다. 이런 점이야말로 인터넷이 수십 년간 안정적으로 성장해 온 중요한 비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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